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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김성현, 3할 유격수로 재탄생한다

“고등학교 때는 타격도 대단했어요. 밀어서 옛 동대문운동장의 우측 담장을 넘겼을 정도니까요”

고교 시절부터 천부적인 타격 재능을 인정받은 선수이자 올 시즌 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원(SK)은 동기이자 팀 동료인 김성현(27)에 대한 첫 인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사실 의외다. 김성현은 지금까지 공격보다는 수비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았던 선수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공격은 약한 선수’라는 꼬리표가 있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지 모른다. 그런데 그 김성현이 자신의 타격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어느덧 3할 유격수의 진지한 도전자가 됐다.

김성현은 20일까지 94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1리를 기록 중이다. 전반적인 투고타저의 양상을 고려해야겠지만 김성현처럼 타율이 높아진 선수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그도 그럴 것이 김성현의 2012년 타율은 2할3푼9리, 그리고 지난해 타율은 2할1푼6리에 불과했다. 2할을 넘는 것이 어려워 보였던 시기도 있었음을 생각하면 일취월장이다.

“화려한 수비를 한다. 나와 비슷한 점이 많다”라는 명품 수비수 박진만의 호평처럼 수비와 전체적인 야구 센스는 호평을 받았던 김성현이었다. 그러나 그와 함께 방망이가 약하다는 평가는 항상 따라다녔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김경기 정경배 코치의 집중 지도를 받으며 강한 타구를 날려 보내는 선수로 변신했다. 출전 기회를 많이 얻으면서 상대 투수에 대처하는 능력도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5월 들어 타율이 처지며 ‘역시나’라는 말을 들었지만 6월 3할1푼8리, 7월 2할8푼3리로 버티더니 8월 들어서는 3할6푼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후반기 타율은 3할6푼5리에 이른다. 보통 이맘때가 되면 체력이 떨어져 대다수의 타자들이 타율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고려하면 의미가 있다. 그렇다고 규정타석을 못 채운 것도 아니다. 유격수 중에서는 강정호(넥센, .348) 손시헌(NC, .304)에 이어 타율 3위고 타수도 강정호(359타수) 김상수(삼성, 328타수)에 이어 3위다.

물론 김성현은 공격보다는 수비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어려운 타구는 환상적으로 처리하면서 쉬운 타구를 종종 놓치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스트레스가 크다. 그런 김성현은 ‘3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친다. 어디까지나 올 시즌 목표는 “수비, 규정타석, 그리고 출루율”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타격에 대한 잠재력을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현재 타율은 분명 적잖은 의의를 가진다. 더 큰 선수로 발돋움하기 위한 발판이기도 하다.

꼭 타율이 아니더라도 김성현의 목표인 규정타석과 출루율은 달성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추세라면 규정타석을 채우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 여기에 출루율은 3할9푼2리까지 치고 올라왔다. 유격수 중에서는 고교 동기 강정호(.452)에 이어 당당히 2위다. 타격에 자신감을 가지면서 공을 잘 골라내고도 있다. 삼진(41개)보다 더 많은 볼넷(43개)을 골라냈다는 점도 예년과의 큰 차이점이다. 어느덧 SK의 주전 유격수로 거듭난 김성현에게 2014년은 성장의 한 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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