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예랑이랑 한바탕했습니다. 예비 시댁에 저녁을 차려주고 오는 길이었죠.
사연인 즉슨 저희 예랑이 아버님이 6월에 정년퇴임이라 저희가 결혼을 갑자기 하게 됐고 날까지 잡았습니다.
사실 전 내년쯤 계획했는데 말이죠.
근데 예랑이 어머님이 작년에 뇌졸중으로 쓰러지셔서 오른쪽 마비가 오셔서 손이랑 다리를 쓰는데 제약이 따릅니다.
오른쪽 손은 거의 못쓰신다고 봐야하고 오른쪽 다리는 지팡이를 짚고 걷는 연습을 꾸준히 하시긴 하는데 예전만큼 활달하게 움직이지도 못하시고 말씀도 예전만큼 못하세요. 하지만 전 이런거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답니다.
예랑이는 2남중 차남으로 위에 형은 상견례까지 했는데 파혼하고 저희가 먼저 결혼하는 상황이에요.
연애할때도 예랑이 집에 들러서 반찬해놓고 가고 그래서 어느 순간 저는 어머니 대신 반찬만들고 밥차리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솔직히 이러려고 결혼하는건 아닌데 하는 생각에 짜증도 나구요.
아버님은 술을 워낙 좋아하셔서 술을 드시고 오시면 말씀이 많아 지시는 타입이세요. 평상시에는 저를 너무 이뻐해주시는데 어느 순간 결혼하면 시댁에 며느리로서 의무적으로 해야하는 역할이 너무 부담이 되는거에요.
이번에 저희 신혼집을 시댁이랑 조금 먼곳에 얻었어요. 전세도 구하기 너무 어려웠고 그나마 나온 매물중에 평수대비 전세가 괜찮아서 결정했는데 .. 아버님이랑 같이가서 보는데 이것저것 따지시고 그러셔서.. 집이 맘에 안드시나 그런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우리보고 알아서 하라고 하시는데 또 저는 그게 아니잖아요 ㅜ 자꾸 신경쓰이고... 그리고 아버님이 제가 처음으로 들이는 며느리라 어머니 몸도 불편하시니까 제가 챙겨주길 바라시는것 같아요. 첨엔 그런거에 대한 부담은 없었는데 은근히 압박해오는 부담감 때문에 어젠 폭발해서 예랑이한테 울면서 하소연했어요. 결혼 후의 내 미래가 안봐도 뻔하다며, 자기네집에 내가 밥해주러 가는 것 같다고, 저희는 신혼이고 둘다 일을 해서 평일에는 거의 같이 있지도 못하고 주말에만 신혼을 느낄텐데 시댁에서 왠지 주말을 보내야 할 것 같은 생각에 머리가 복잡하고 답답합니다. 예랑이는 자기가 이런 상황에 시집오게해서 너무 미안하다며 자기가 잘하겠다고 말하는데 저는 계속 눈물만 나더라구요. 주변에서는 너무 잘하려고 하면 스트레스 받는다고 적당히 하라고 하는데 제가 완벽주의자에 어릴때부터 예의범절 이런거 너무 세뇌가 돼서 못하면 욕먹을까봐 적당히 못하겠어요.
어떡하면 좋을까요...
이렇게 주저리 주저리 적어봅니다. 그래도 좀 후련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