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브라운 상승세 만든 음지의 조력 SK의 새 외국인 선수 앤드류 브라운(31)은 플로리다 캠프 내내 표정이 썩 밝지 못했다. 팀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타격 페이스 때문이었다. 동료들에 비해 자신의 타격 페이스가 떨어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차분하자”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김용희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도 “급하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라고 격려했다. 미국에 비해 한국 선수들이 컨디션을 빨리 끌어올린다는 사실도 분명했다. 그래도 조급함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외국인 선수들은 하지 않는 ‘특타’도 자청했다. 그만큼 심리적으로 힘든 시간이었다. 그 때 브라운의 앞에 구세주(?)가 나타났다. SK 전력분석팀의 한승진 매니저였다.
이상하게 한 매니저가 배팅볼을 던져주면 브라운의 눈은 크게 떠졌다. 그리고 방망이도 가볍게 돌아갔다.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큰 타구가 연신 나오기 시작했다. 방망이가 잘 맞자 미소도 돌아왔다. 그 후 브라운은 자신의 타격 연습 때마다 한 매니저에게 도움을 청하기 시작했다. 이런 패턴은 오키나와 2차 캠프에서도 이어졌다. 한 매니저의 배팅볼을 치며 감을 잡기 시작한 브라운은 24일 요미우리전과 27일 니혼햄전에서 계속 큰 타구를 만들며 코칭스태프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27일 니혼햄전에서는 헬멧이 벗겨지는 와중에서도 3루까지 질주, 덕아웃의 환호성을 이끌어냈다.
배팅볼 투수의 조력이 브라운의 감을 살리는 데 도움을 준 셈이다. 이에 대해 묻는 질문에 한 매니저는 “내가 한 것은 하나도 없다”라며 취재진을 피해 다녔다. 하지만 거듭되는 요청에 한 가지 비결을 이야기했다. 선수들의 마음을 배팅볼로 사로잡는 방법이다. 한 매니저는 “전력분석팀이 있다 보니 브라운이 잘 치는 코스를 잘 알고 있기 마련이다. 그 쪽으로만 계속 공을 던졌다”라며 평범하고도 중요한 명제를 이야기했다.
타자와 배팅볼 투수의 궁합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잘 맞고 있을 때는 상관이 없다. 그러나 잘 맞지 않고 있을 때는 이야기가 다르다. 배팅볼을 너무 잘 던져 구석구석 코스를 찌르면 오히려 독이 된다. 그럴 때는 타자가 편하게 생각하는 코스에 집중적으로 공을 던져준다. 비록 일상적인 배팅볼이지만 타자의 기분도, 감도 좋아진다. 하지만 이도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제구력도 있어야 하고, 1군 타자 전체에 모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간혹 볼카운트 상황을 가정하며 그에 맞게 실전처럼 던져 달라는 선수들도 있다.
한 매니저는 현역 시절 포수 출신이었다. 관계자들은 “보통 포수 출신이 공에 회전을 잘 준다”라고 이야기한다. 한 매니저도 이와 같은 호평을 받는다. 브라운의 입맛에 딱 맞는 배팅볼을 던져준다는 평가다. 전력분석 업무에 치중하면서도 매일 200~300개의 배팅볼을 던지는 게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한 매니저는 “던져달라면 던져줘야 한다”라며 웃음과 함께 다시 마운드로 올라갔다. 브라운은 그런 한 매니저를 반기기라도 하듯 구시가와 구장을 까마득하게 수놓는 장타로 보답했다.
프로야구단의 전지훈련이 마무리되는 시기다. 1월 중순부터 훈련이 시작됐으니 어림잡아 45일 정도는 집을 비웠던 셈이다. 그런 전지훈련에서 선수들은 무조건 우선시된다. 프런트는 사실상 수족이다. 선수들은 훈련이 끝난 뒤 개인적인 휴식 시간을 가질 수도 있지만 프런트는 그런 선수들을 지원하기 위해 사실상 자기 생활은 포기한다. 훈련 편의를 봐주기 위해 짐을 날라야 하고 훈련이 끝난 뒤에도 남은 업무와 선수들의 개인적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일이 모두 끝나면 밤은 깊어 있다. 다음날 선수들보다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스트레스도 무시할 수 없다.
선수들의 식사를 놓고 사소한 부분으로도 현지 업체와 신경전을 벌이는 이들이지만 정작 자신들은 끼니를 거를 때도 가끔 있다. 맥주 한 잔 마실 시간도 없이 잠자리에 들기 일쑤다. 하지만 모든 현장 프런트들은 “팀의 좋은 성적을 위해서라면 감수해야 한다. 선수단 분위기도 좋아 우리도 힘이 난다”라고 입을 모은다. 받은 상금을 나눠주기도 하는 등 선수들도 보답한다. 김용희 감독 또한 1일 결산 인터뷰에서 “같이 고생한 프런트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며 고마워했다. 그런 협심 속에 오키나와에서의 마지막 밤도 저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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