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숲은 바람을 잡지 않는다
두 스님이 시주를 마치고 절로 돌아가던 중에 시내를 건너게 되었다.
시냇가에 한 아리따운 여인이 있었는데 물살이 세고 징검다리가 없어
그 여인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한 스님이 여인을 가까이 해서는 아니 되니
여인을 두고 서둘러 시내를 건너자고 했다.
그러자 다른 스님은 그럴 수 없다며
여인에게 등을 들이대며 업어 주겠다고 했다.
여인을 건네 준 후 두 스님은 다시 길을 재촉했다.
그러자 조금 전에 여인을 업지 않았던 스님이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수도하는 몸으로 여인의 몸에 손을 대다니 자네는 부끄럽지도 않은가?”
여인을 업었던 스님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
그러자 여인을 업지 않았던 스님이 더욱 화가 나서 언성을 높였다.
자네는 단순히 그 여인이 시내를 건널 수 있게 도왔을 뿐이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여인을 가까이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우리의 신성한
계율이라는 것을 잊었단 말인가?
그 스님은 계속해서 동료 스님을 질책했다. 두어 시간쯤 계속 잔소리를 듣던 스님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껄껄 웃으며 말했다.
이 사람아, 나는 벌써 두어 시간 전에 그 여인을 냇가에 내려놓고
왔는데 자네는 아직도 그 여인을 등에 업고 있는가?“ 바둑을 둘 때 프로기사가 될 때까지는
정석을 계율 외듯 암기하여 한다.
그러나 진정한 프로가 되려면 정석이나 계율은 잊고
전체 국면에 맞게끔 운용의 묘를 살려갈 수 있어야 한다.
스님들도 계율에만 집착하여 중생의 어려움에 눈감아서는
진정 큰 스님이 되기는 어려울 듯하다. 사람들은 무엇이건 집착하고 소유하려 한다.
그러나 자연은 결코 혼자 독점하려 욕심내지 않는다.
바람이 대숲에 불어와도 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대숲은 소리를 남기지 않고,
기러기가 연못을 지나가도 스치면 그뿐
연못은 기러기의 흔적을 남겨 두지 않는다. 대숲은 애써 바람을 잡으려 하지 않고
연못도 애써 기러기를 잡으려 하지 않는다.
가면 가는대로 오면 오는 대로
자연은 무엇에건 집착하거나 미련을 두지 않는다. 지나치게 형식적인 것들에 집착하여 소중한 가치를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집착하며 소유하고 잡아두려 하기보다
그저 잠시 머무르는 시간만이라도 반갑게 환영하고
소중히 간직했으면 한다. 스님이 여인을 건네주고 마음 쓰지 않듯
대숲이 바람을 미련 없이 보내주고
연못이 기러기 흔적을 남기지 않듯
집착하지 않으며 자연스레 살아들 갔으면 한다.
...수필가 황태영 글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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