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와 쥐
사형수가 밥을 조금 남겨 벽 한쪽 구석에 놓아 두었다.
그러자 쥐 한 마리가 쪼르르 벽을 타고 내려와 눈동자를 초롱초롱 빛내며,
맛있게 밥을 쪼아먹고 돌아갔다.
사형수는 그날부터 밥을 먹을 때마다 꼭 쥐가 먹을 밥을 남겨놓았다.
쥐는 사형수가 주는 밥을 먹으려고 하루도 빠짐없이 벽을 타고 내려왔다.
처음에 쥐는 사형수를 경계하느라 밥만 먹고 곧장 쥐구멍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차차 시간이 지나자 사형수의 손바닥까지 올라와 밥을 먹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사형수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쥐는 사형수가 ‘쮜쮜쮜쮜’하고 부르면 쪼르르 달려가 사형수의 팔이나 다리
위로 기어올랐다.
어떤 때는 사형수가 ‘뽀뽀’하고 말하면
그 작은 입술을 사형수의 입을 향해 쭉~ 내밀었다.
사형수는 쥐와 같이 놀면서 무심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는 것이 편안했다. 외롭지도 않았다.
쥐와 밥을 똑같이 나누어 먹으면서 사식이 들어오면 사과 한 알이라도 공평
하게 나누어 먹으면서 문득 죽음의 공포가 사라지는 것을 느낄 때가 있었다.
시간은 흘렀다.
감옥의 창 밖으로 하얗게 보름달이 떠오른 날 밤.
사형수는 쥐를 감방에 남겨두고 형장으로 끌려갔다.
목에 밧줄이 걸리고 몸이 허공에 덜컹 매달린다고 느껴진 순간,
사형수는 쥐를 생각했다.
배가 많이 고플 텐데, 누가 쥐에게 밥을 줄까 하는 생각이 한순간 섬광처럼
지나간 뒤 사형수는 정신을 잃었다.
사형수가 죽은 다음날. 한 교도관이 사형수가 살던 방을 정리하러 갔다.
웬일인지 그 방에는 쥐 한 마리가 눈가에 눈물을 흘리며 죽어 있었다.
(옮긴글)
...좋은글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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